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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상선 항진증 관리기록

갑상선 항진증인데 왜 살이 안 빠질까요? (삼성서울병원 교수님의 조언과 2년의 기록)

보통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확진을 받으면 주변에서 가장 먼저 듣는 말은 살 좀 빠지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병원을 찾기 전까지는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 거라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본 현실은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확진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 체중은 거의 변하지 않았고, 얼마 전 검진에서는 오히려 이전보다 조금 더 늘어난 상태였습니다. 
남들은 가만히 있어도 살이 빠지는 병이라는데, 왜 저에게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 걸까요? 단순히 제가 많이 먹어서일까요?

2년간의 투병 과정에서 깨달은 항진증인데도 살이 빠지지 않는, 오히려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갑상선항진증을 진단받은 뒤 계속 늘어나는 체중..


1. 신진대사의 속도를 앞지른 뇌의 생존 본능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우리 몸은 거대한 용광로처럼 에너지를 태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사실은 우리 뇌가 이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신진대사가 빨라지는 만큼 세포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요구하고, 뇌는 기아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강렬한 식욕 신호를 보냅니다. 저 역시 소화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면서 돌아서면 허기가 지는 상태가 반복되었습니다.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많이 먹은 것이 아니라, 몸이 타버리지 않으려고 보낸 절박한 생존 신호에 반응한 결과였던 것이죠!
 
결과적으로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식욕으로 그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면서 체중이 줄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죠.


 2. 근육 소실과 활동량의 역설

 
항진증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 중 하나는 가만히 있어도 마라톤을 뛰는 듯한 피로감입니다.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 보니 예전처럼 운동을 하기는커녕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버거워집니다. 여기서 체중이 줄지 않는 두 번째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 근손실의 발생: 항진증은 지방만 태우는 게 아니라 근육 단백질을 먼저 갉아먹습니다. 근육이 빠지면 우리 몸의 기초 대사 효율은 장기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 활동량의 급감: 늘 피곤한 상태이다 보니 비운동성 활동(NEAT)이 최소화됩니다.

결국 에너지를 태우는 효율은 올라갔지만, 정작 에너지를 소비할 절대적인 활동량과 근육량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체중계의 숫자는 요지부동이 되는 것입니다.
 
 

3. 약을 먹기 시작할 때 찾아오는 뜻밖의 고비

 
많은 분이 약을 복용하며 수치가 정상화되면 당연히 살도 빠질 거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 폭발적인 탄수화물 중독: 항진증 시절, 제 몸은 빠르게 타버리는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미친 듯이 연료를 요구했습니다. 특히 빵 같은 정제 탄수화물에 대한 집착이 상상을 초월했죠. 문제는 약을 먹고 엔진(대사)은 정상 속도로 돌아왔는데, 뇌에 각인된 이 강렬한 식욕과 늘어난 위장 크기는 그대로 남았다는 점입니다.

˙ 장운동 폭주의 멈춤: 항진증 때는 화장실을 비정상적으로 자주 가셨을 겁니다. 장이 너무 빨리 움직여서 먹은 게 흡수될 틈 없이 배출된 덕분에 그나마 체중이 덜 올랐던 것이죠. 하지만 치료를 시작하며 장운동이 정상화되면, 그동안 그냥 지나치던 칼로리들이 온전히 몸에 흡수되기 시작합니다.

˙ 에너지 비축 모드: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던 몸이 안정을 찾으면, 우리 몸은 만약을 대비해 들어오는 영양분을 최대한 지방으로 저장하려는 성질을 보입니다. 예전처럼 먹어도 몸은 훨씬 더 필사적으로 살을 찌우려 하는 리셋 과정을 겪게 됩니다.
 
 

4.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얻은 해답: "교수님, 저 왜 안 빠질까요?"

정기적으로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에서 진료를 받습니다.

 

저는 진료를 갈 때마다 교수님께 매달리듯 질문했습니다. 선생님, 저 정말 전보다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왜 살이 안 빠질까요?

삼성서울병원 갑상선센터 내분비대사내과 김선욱 교수님은 제 고민을 친절히 들어주시며, 항진증 환자 중에 체중이 늘어 고통받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특히 저에게 큰 힘이 되었던 교수님의 실제 조언들은 이랬습니다.

"아직 비만은 아니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숫자만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저에게 교수님은 지금 상태가 결코 위험한 비만이 아니니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다독여 주셨습니다. 이 한마디가 그동안의 자책감을 씻어주는 가장 큰 치료제였습니다.

"진료실 들어오기 전, 체중 체크 꼭 하세요"

교수님은 매번 진료 전에 체중을 꼼꼼히 체크하고 들어오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단순히 살이 쪘나 확인하는 게 아니라, 호르몬 수치 변화에 따라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데이터로 함께 확인하며 관리하자는 뜻이었습니다.

진짜 해결책은 결국 '수치의 안정'

정말 비정상적으로 체중이 늘어난다면 식욕 조절 약의 도움을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지금 저에게 가장 필요한 건 건강식으로 관리하며 호르몬 수치가 완전히 자리 잡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많이 먹고 안 움직이니까 살이찐다는 교수님의 농담 섞인 진단에 뜨끔하기도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니 그것은 저를 비난하신 게 아니었습니다. 호르몬 때문에 내 몸의 에너지 효율이 완전히 뒤틀려 있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몸이 정상 궤도로 돌아올 시간을 주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던 것이죠!
 

## 마치며: 숫자에 속지 마세요, 우리몸은 회복 중이예요!!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갑상선 항진증이라고 해서 무조건 살이 빠져야 한다는 공식은 위험한 편견이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체중 변화가 적거나 늘었다는 것은, 우리 몸이 그만큼 무너진 균형을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무지하게 먹고 싶었던 식욕도, 하루에도 몇 번씩 가야 했던 화장실도 모두 몸이 보내는 절박한 신호였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체중계의 숫자보다 심장의 안정과 몸의 회복을 우선순위에 두라는 것입니다. 남들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마세요. 2년이 지난 지금, 저 역시 이제야 비로소 제 몸의 속도를 이해하고 조금씩 건강한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